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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일상

폴바셋 룽고의 정체는? '에스프레소, 리스트레토, 룽고, 롱블랙' 용어 총정리

  아메리카노 메뉴의 세분화

최근 한국 사람들의 소울푸드로 떠오른 것은 바로 '아메리카노'입니다. 바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카페인에 의존해야 하는 현대인의 숙명에 따른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매우 무더웠던 이번 여름, 큰 사이즈의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시원한 물의 대체제로 큰 역할을 했죠. 이런 커피 수요에 발 맞추어 아메리카노의 메뉴도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폴바셋에서는 원래 아메리카노 메뉴가 없었습니다. 대신에 룽고라는 메뉴가 있었죠. 또한 듣기에도 생소한 리스트레토를 메뉴에 올려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죠. 투썸플레이스에서는 롱블랙이라는 메뉴를 찾아볼 수 있지만 아메리카노와의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많았었어요. 이렇게 아메리카노와 같은 듯 다른 이름의 커피들의 차이를 총정리해보려고 해요.


  에스프레소의 쌍둥이 형제들, 리스트레토와 룽고

에스프레소의 정의를 알아야 리스트레토와 룽고를 알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방법에서 추출 시간이 달라지면서 세분화된 메뉴가 리스트레토와 룽고이기 때문입니다.


◈ 사전적 정의

에스프레소 : 7~9g의 미세하게 간 원두를 90도, 9기압의 수증기로 25초 동안 약 30ml를 추출한 커피 

룽고 : 추출 시간을 30초 ~ 45초 동안 약 50~60ml를 추출한 커피

리스트레토 : 추출 시간을 20초 이하로 약 20ml를 추출한 커피





◈ 맛의 차이와 활용

기본적으로 커피의 다양한 메뉴는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그 이유는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면서도 커피의 전형적인 맛과 향을 가장 잘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커피의 쓴맛과 함께 산미와 균형적인 바디감 그리고 크레마까지 커피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지요. 따라서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만들어지며 에스프레소의 맛에 따라 아메리카노의 맛 또한 좌우됩니다. 



'제한된, 농축된'이라는 의미의 리스트레토는 에스프레소에 비해 짧게 추출하기 때문에 쓴맛이 충분히 우러나오지 않고, 커피가 물에 희석될 때 가장 먼저 추출되는 신맛이 크게 표현되며 단맛과 함께 진한 크레마에서 비롯된 고소한 맛이 특징이 됩니다. 농도가 진한 만큼 맛 또한 강렬하죠. 에스프레소에 비해 리스트레토가 기준이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 큽니다. 추출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단가가 높아지고 에스프레소로도 충분히 커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리스트레토를 기반으로 하는 메뉴는 대부분 2샷을 추출해서 활용하고 그만큼 단가도 높아집니다.  또한 추출시간이 짧은만큼 맛있는 리스트레토를 내리기 위해서는 숙련된 바리스타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바리스타 사이에서 한참 유행했던 이유가 있었던게지요.


< 폴바셋의 리스트레토 4,000원>


'길게'라는 의미의 룽고는 리스트레토와는 반대로 추출시간을 길게 하여 커피의 농도가 에스프레소보다는 연한 커피입니다. 추출시간이 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쓴맛이 다소 추출되지만 대신에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맛이 특징이지요. 아메리카노에 비해서는 진하고 에스프레소보다는 연한 커피의 다채로운 맛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연한 맛의 룽고는 대체적으로 다른 메뉴로 활용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완성됩니다. 


  리스트레토의 인기와 룽고에 대한 외면

커피 마니아들의 수요에 힘입어 유명 커피숍에서는 앞다투어 리스트레토를 메뉴화 하는데 성공합니다. 에스프레소보다 좀더 진하고 강렬하며 걸쭉하기까지 한 리스트레토는 고소한 맛을 더 살려주는 우유와도 그 조화가 뛰어났고, 일반적인 라떼보다 진한 커피의 맛을 내는 플랫화이트의 인기와 더불어 같이 유명해졌습니다. 리스트레토 자체의 맛도 에스프레소보다 쓰지 않고 고소하니 오히려 에스프레소보다는 리스트레토 단일메뉴가 대중에게 선택받기 수월했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상대적으로 쓴맛이 강한 룽고는 단일메뉴로 성공하기 힘들었습니다. 룽고커피를 커피의 고급화 전략적인 메뉴로 내세웠던 폴바셋은 룽고라는 이름을 대중화시키기는 했지만 대중의 요구에 못 이겨 결국 기존에 없었던 아메리카노를 추가로 메뉴에 올렸습니다. 게다가 폴바셋의 룽고는 사실 추출시간을 길게 한 룽고가 아니고 아메리카노보다 물양은 적게하고 리스트레토 2샷을 더한 커피입니다. 아메리카노와의 차별화를 위해 좀 더 진한 맛의 커피를 내세우면서 룽고라는 이름을 가져와 상품화한 것이었지요. 커피 메뉴에서 원래 뜻과는 다르게 상품명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룽고 외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폴바셋의 룽고 4,700원 : 리스트레토(4,000원) + 물, 물값이 700원? >




  롱블랙은 숏블랙의 반대, 그런데 아메리카노와 같다?!?

롱블랙이라는 이름의 커피는 호주에서 왔습니다. 그들만의 커피문화를 가지고 있는 호주는 에스프레소를 '숏블랙'으로 명칭하고 그에 반해 물 위에 에스프레소(숏블랙)을 부은 커피를 '롱블랙'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투명한 물잔에 에스프레소를 부은 커피는 보이는 그대로 길게 컵 밑까지 내려오는데 그 모습을 직관적으로 이름지은 것이지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를 붓고 물을 섞어내지만 롱블랙은 그 반대입니다. 아메리카노에 비해 크레마를 조금 더 살릴 수 있는 롱블랙은 고소한 맛을 더 낸다고는 하지만 드라마틱한 차이는 없습니다. 크레마를 중요시 하는 호주사람들은 그 차별성을 크게 내세우지만 마시는 입장에서는 글쎄요. 여하튼 호주에서는 아메리카노를 롱블랙으로 이름짓고 아메리카노가 없는 대신에 롱블랙이 있을 뿐이지요. 한국에서도 롱블랙을 호주스타일의 커피라고 소개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투썸플레이스에서 롱블랙을 상품화하면서 아메리카노와 차이를 둔 것은 물 양입니다. 아메리카노는 354ml용량이지만 롱블랙은 280ml용량으로 같은 양의 에스프레소에 물 양을 적게하여 좀더 진한 커피맛을 내세운 것입니다. 호주의 롱블랙이 투썸플레이스를 만나 아메리카노보다는 진한 커피가 된 것이지요. 이것 또한 폴바셋의 룽고와 같이 원래 의미와는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예입니다. 



< SPC계열사인 커피앳웍스에서 설명하는 롱블랙 >


  어차피 커피는 개인의 선호도에 따른 선택

하지만 이런 용어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커피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요즘에는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상황에 맞게 자기가 원하는 커피스타일을 알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운 커피원두의 종류, 로스팅방법, 폭넓은 레시피 등 커피를 소비하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그 방식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용어를 알면 그 맛을 구분하고 즐기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 즐거움 또한 개인 취향에 따른 선택일 뿐입니다. 다행히도 선택의 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고, 소비자는 많은 옵션 중에서 선택을 하면 되니까요. 



아무리 최고의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가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이른 새벽 힘든 하루의 시작 앞에 놓여진 진한 커피믹스 한 잔이 더 소중한 이유는 편의성과 경제성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을 오롯이 즐기면 그 선택은 이미 성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