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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와 마실것들

이태원 '더베이커스테이블', 데일리스프는 여전히 고소하고 맛있다.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독일식 브런치 전문 '더 베이커스 테이블'

요즘 이태원과 경리단길이 예전만 못하다며, 요즘 핫플레이스는 다른 곳이라며 쉽게 이야기들 합니다.어쩌면 젠트리피케이션의 암울한 결과는 이미 예정된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역시나 많은 점포들이 임대문의 안내문을 붙인 상태로 비어있고, 또한 프랜차이즈 점포도 많이 들어서있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리단길 초반 근처에 위치한 '더 베이커스 테이블'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 분위기 그대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미디어에 노출이 되기전부터 기본기가 탄탄한 독일식 브런치 메뉴로 유명했던 이 곳은 2016년 '수요미식회'에 전파를 타면서 그 절정에 이릅니다. 많은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독일식 베이커리와 브런치에 열광을 하고, 오랜 시간동안 대기줄을 서고 기다렸던 메뉴들을 경험한 후 후기를 쏟아냈습니다. 그 유명세가 궁금해서 방문했었던 사람들 중에는 저와 남편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식당앞에서 기다리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저와 남편이 마다하지 않고 기다렸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데일리스프' 때문이었어요.


주소 :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244-1(지번,이태원동 691)

운영시간 : 매일 08:00 - 21:00 (브런치 타임 매일 매일 08:00 - 13:00)

대표번호 : 070-7717-3501


봄 초입이라 아직은 쌀쌀한 아침에 어울리는 뜨끈하면서도 고소한 맛의 스프가 생각나서 주말 아침 일찍 바지런하게 움직였습니다. 사실 녹사평역에서 나와 목적지를 향하는 도중 이즈음이면 나타나야 할 그 곳이 보이지 않아서 순간 불안했었습니다. 오랜만의 방문이기도 하지만 가는 길목마다 바뀌고 비어있는 매장들을 보고 불안감을 자극했었죠. 하지만 순간의 착각을 비웃듯 여전히 그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들고 나는 '더베이커스테이블'을 보자마자 너무 반가웠었어요. 

  매장도 그대로, 빵들도 그대로, 메뉴도 그대로

매장에 들어서니 아직은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비어있는 테이블이 보였습니다. 매대의 먹음직스러운 많은 종류의 식사빵들과 디저트빵들도 그대로이고, 투박한 나무 테이블과 좁은 홀도 그대로입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도 그대로이고요. 

저와 남편은 1인 1스프 원칙을 고수하며 데일리스프 중 머쉬룸과 펌프킨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음료는 물 대신에 아이스 레몬티를 주문했고요. 그리고 스프에 곁들일 빵을 하나 선택해서 직원에게 드리면 직원분이 알맞게 커팅해서 테이블로 서빙해주십니다. 매대의 빵은 투박한 독일식 식사빵과 일부 타르트 및 케이크 종류 등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이곳의 시그니처메뉴 '데일리스프'

얼마 지나지 않아 음료와 스프가 나왔습니다. 블랜더에 갈아 몽글몽글 자잘한 거품이 위에 떠있는 스프는 보기에도 매우 먹음직스럽습니다. 한 술 뜨니 생각보다 묽은 느낌이 나지만 생각보다 진하고 고소한 맛과 함께 개운한 맛이 납니다. 

머쉬룸(버섯)스프는 버섯의 향이 강하고 잘게 갈린 버섯과 크림의 조화가 뛰어납니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하죠.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맛에 계속 수저질을 하게됩니다. 여기에 빵을 한입 크기로 찢어 스프에 던져넣고 스프가 잔뜩 적셔지기를 기다렸다가 건져먹으면 빵의 고소함과 함께 씹었을 때 울컥 나오는 스프의 맛이 너무 좋습니다. 스프와 같이 먹기 좋은 빵은 여전히 인기있는 하드롤과 치아바타, 또는 프레첼 등이 있죠. 저희는 견과류가 올라간 하드롤을 선택했습니다. 따로 이름이 있었는데 사진을 찍지 않았더니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하지만 이 견과류의 고소함이 스프와 정말 잘 어울리더군요.



펌프킨(호박)스프는 보기와 다르게 달지 않고 오히려 살짝 매콤하기까지 합니다. 파프리카파우더가 들어가서 특유의 향이 있습니다. 고소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느낌입니다. 뜨끈한 스프를 후후 불어가면서 호로록 먹으면 속이 노곤노곤 달래지면서 몸 전체가 따뜻해집니다. 어렸을 적 외국소설을 읽을 때 자주 등장했던 스프로 몸을 녹이는 장면이 생각나면서 이런 느낌을 의미하는 건가 싶습니다. 지나가듯 단맛이 잘 어울어지는 호박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예요.

단 음료가 싫어서 주문했던 '아이스 레몬티'는 상큼한 레몬향이 가득하지만 많이 시지 않고, 가벼운 홍차의 씁쓸함이 스프의 묵직한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줍니다. 저와 남편은 음료를 마시며 탁월했던 우리의 선택에 자화자찬 했더랬어요.

초봄의 아침, 고소하고 뜨끈한 스프와 함께했던 시간이 아름다웠던 '더베이커스테이블'이었습니다. 비정한 젠트리피케이션의 태풍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더 든든했던 그래서 오래도록 변치않고 그대로 있기를 바랍니다. 계속 방문하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