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오픈행사를 전후로 한참 SNS에서 홍보를 떠들썩하게 해서 호기심이 일었던 곳입니다. 한국에서는 드문 에스프레소 전문 카페라고 하니 메뉴구성도 궁금하고, 투썸은 워낙 케이크가 맛있는 곳이라 커피와 어울리는 디저트도 궁금해서 이태원 간 김에 들러보기로 했죠.
에스프레소 스탠드 카페 'TST 737'
아, "TSP 737"은 TWOSOME PLACE투썸플레이스 머릿자에 지번 737을 더해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TSP 737이라고 해서 뭔가 싶었다가 알고나서는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주소 :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37-37
운영시간 : 일-목요일 08:00-23:00
금/토요일 08:00-24:00
생소한 에스프레소 전문을 내세운 독특한 카페
매장이 상당히 넓습니다. 에스프레소 스탠트 카페를 표방하고 있어서 테이블이 그리 크지않으며 간결하고 서서 사용할 수 있는 스탠드바도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진한 그레이톤에 볼드하고 채도가 낮은 레드를 포인트 컬러를 더해 구성했습니다. 주말 정오 쯤이었는데 손님이 많지 않고 매우 한적했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에스프레소의 수요는 유럽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만큼 달지않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인기가 많은 곳은 드물다고 들었거든요. 따라서에스프레소를 정석으로활용한 메뉴는 일반 카페에서 접하기 어렵죠. 요즘에야 폴바셋을 선두로 한 에스프레소 또는 리스트레토가 예전보다는 수요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요에 대중적으로 이런 에스프레소전문 매장이 늘어날 지는 의문입니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독특하고 개성있는 카페들도 에스프레소 자체보다는 스페셜티 원두 종류에 따른 메뉴나 추출방식에 따른 메뉴를 구분하는 방식이 익숙하니까요. 투썸에서도 실험적으로 운영하는 매장 같았습니다. 성공여부는 시간이 알려주겠죠.
가장 기본인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그리고 스몰페어링바이츠?
역시나 에스프레소 전문 카페를 표방한만큼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16종의 에스프레소 메뉴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이용한 칵테일 메뉴가 눈에 띄더군요. 나중에 방문한다면 꼭 시도해보고 싶은 메뉴들이었어요.
그래도 에스프레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니 737에스프레소에 737아메리카노를 주문했습니다. 또한 너무 보기좋은 작품같은 디저트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커피와 잘 어울리는 '스몰 페어링 바이츠'로 디저트를 구성했다며 화이트초콜릿이 코팅된 레드 마들렌이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하더군요. 투썸이야 워낙 케이크가 유명하니 뭐든 맛있을 것 같아요
어렵게 '스몰페어링바이츠'라며 보그체를 연상시키는 단어는 결국 커피와 곁들일 수 있는 작게 만든 디저트류를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작게 예쁘게 만든 디저트들은 사람들의 눈을 쉽게 현혹시킵니다.직원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파운드케이크를 좋아하는 저희는 사과슬라이스가 잔뜩 얹어진 에플치즈파운드를 선택했습니다.
결제를 하면 직원분이 메뉴카드를 주십니다. 커피 메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되어있고 티코스터대용으로 사용하라고 안내해줍니다. 오호라, 737에스프레소는 입가심을 할 수 있는 콤푸차가 같이 곁들여 나오는군요. 737아메리카노는 트리플 바스켓의 다른 곳에 비해 많은 양의 원두를 리스트레토로 내려 만듭니다. 리스트레토로 만든 아메리카노 칭찬하고 싶네요.
리스트레토로 내린 아메리카노와 밸런스 좋은 에스프레소
주문한 메뉴를 받아 먼저 아메리카노부터 맛을 봤습니다. 역시 리스트레토로 내려서 그런지 고소한 맛이 주를 이루고 뒤에 깔끔한 산미가 정리해줍니다. 쓴맛이 거의 없어 부담도 덜합니다. 순하면서도 묵직한 바디감이 좋은 오랜만에 취향에 딱 맞는 아메리카노였어요. 동네에 이런 아메리카노 파는 곳 있으면 매일은 과하고, 일주일에 적어도 2번은 갈 것 같아요.
아메리카노와 어울리는 디저트 애플치즈파운드도 평소에 파운드케이크와는 다른 고급진 맛이 납니다. 하지만 치즈파운드인데 치즈향은 거의 나지 않고 사과의 쫀득함과 파운드 특유의 파스러지는 질감이 잘 어울립니다.
자주 접하지 않는 에스프레소도 반가웠습니다.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원두를 사용한 것 같았습니다. 뒷맛이 쓰지 않고 고소하고 입안에 머금을 때 질감이 부드럽고 좋았습니다. 곁들여 나온 설탕은 마지막 한모금이 남아있을 때 넣어 마시니 개운하면서도 달콤하게 마무리가 됩니다. 그리고 홍차를 발효한 콤부차는 첫맛은 오미자차와 비슷한데 약간의 탄산이 있고 달지 않아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네요. 커피뿐만 아니라 케이크를 먹고 나서 입가심 할 때도 좋더라구요.
카페인의 과량 섭취가 두려워 커피 메뉴는 겨우 2가지 밖에 맛을 못봤지만 다음에는 레몬마로키노 같은 독특한 메뉴를 시도해 보고 싶네요.
편안한 여유와 색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는 'TSP 737'
커피 메뉴들도 좋았지만 역시 인테리어가 한몫 아니 열일 하는 곳입니다. 테이블이 작아서 작업이나 공부를 하기는 어렵고 사람들이 많다면 더 불편하겠지만 제가 방문했던 시간처럼 손님이 많지 않아 번잡스럽지 않다면 여유를 즐기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시간대 운이 좋았던건지 아니면 독특한 인테리어 공간의 영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꾸 상념과 사색과 망상을 하게 되는 곳이었어요. 앞에 커피를 홀짝대면서요.
여유로운 시간에 방문한다면 색다른 커피메뉴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TSP 737'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