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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와 마실것들

하노이 거주자가 말하는 한국과 베트남 쌀국수의 차이점

지방에서 나고 자라 처음 한 타향생활이 하노이였으니, 머물렀던 기간에 비해 경험의 강렬함이 남달라서 그런지 떠나온 후로는 일상적으로 그리워 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하노이 뉴스가 자주 등장합니다. 물론 북미 정상회담 때문이지요. 그러면서 가십으로 등장하는 것이 쌀국수입니다. 사이드 이슈로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 중에 쌀국수로 식사를 할 것인가에 대해 갑론을박을 합니다. 역시 베트남 하면 생각나는 대표음식이 쌀국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쌀국수가 유명하죠.




그런데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쌀국수와 베트남에서 먹는 쌀국수는 그 차이가 꽤나 큽니다. 한국의 쌀국수는 베트남 쌀국수를 한국적으로 해석한 맛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화 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하노이에서 쌀국수를 먹으면 그 차이를 정말 확연하게 느낄 수 있죠. 그 차이점을 정리해봤습니다.




1. 건면과 생면의 차이

한국에서의 쌀국수는 대체로 수입한 건면을 물에 불려, 데쳐서 사용합니다. 시중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쌀국수는 OEM방식으로 생산된 쌀국수를 소분,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으로 그 생산지가 거의 같습니다. 베트남산보다는 태국산이 대부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하노이의 쌀국수는 생면입니다. 쌀국수의 생면이라 하니 생소하겠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쌀을 물과 함께 곱게 갈아 얇게 전병으로 부쳐낸 다음 살짝 김을 식힌 후 길게 자르면 생면이 됩니다. 이런 생면은 시장의 작은 공장에서 밤새 만들어져서 새벽에 여러 쌀국수 식당으로 바로 배달되어 바로 육수와 함께 고명을 올려 한 그릇으로 나오는 것이 쉽게 볼 수 있는 쌀국수이지요.


< 공장에서 기계를 통해 잘라낸 생면 >


이 면의 식감의 차이는 정말 대단합니다. 건면은 아무리 잘 삶아내도 특유의 뻣뻣함이 있습니다. 하지면 신선한 생면으로 만들어진 쌀국수는 너무 부드럽고 연해서 자꾸 먹게됩니다. 그래도 부담이 없죠. 소화도 잘됩니다. 목넘김도 남다르죠. 이건 먹어봐야 압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네요.



2. 향신료와 육수의 차이

당연한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동남아에서 나오지 않는 향신료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아 향신료의 향이 강하지 않습니다. 특히 고수는 쌀국수 육수에 중요한 향신료이지만 특유의 향은 호불호가 있어 한국 쌀국수 국물은 고수의 향이 강하지 않습니다. 반면, 하노이에서는 고수가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가고, 그 향도 한국의 고수와 달리 많이 강렬합니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익숙해진 후에는 고수 없는 쌀국수는 상상하기 힘들죠. 


< 처음 접하는 사람은 경악하는 향신료, 고수 >


또한, 소고기의 차이도 있겠지요. 쌀국수 중에 하노이에서 가장 대중화된 쌀국수는 퍼 보(소고기 쌀국수, 퍼: 쌀국수 / 보 : 소고기)로, 소고기와 뼈를 넣고 고아낸 육수를 사용하고 삶아낸 소고기는 고명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소의 품종이 조금 다르지요. 동남아 소는 버팔로를 닮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특유의 육향이 다르고 식감도 다릅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생면과 국물의 조화가 남달라 한국의 쌀국수와는 자꾸 비교를 하게 되죠.


<베트남 소, 한국의 소와 생김새가 확연히 다르며, 대부분 말랐음. >



3. 먹는 시간의 차이

한국에서의 쌀국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저녁에도 낮에도 영업시간이 허락한다면 아침에도 먹을 수 있죠. 그리고 해장으로 쌀국수를 즐기는 매니아 층도 상당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개운한 국물은 해장으로 제격이긴 하죠. 


< 집 앞 골목 끄트머리에 아침과 점심마다 쌀국수를 팔던 간이식당 >


하지만 하노이에서 쌀국수를 저녁에 먹으려면 '꽝안응온'이나 외국인들이 가는 쌀국수 집이나 가능 합니다. 아침에는 길거리에서도, 골목에서도, 쌀국수 전문 식당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오후가 되면 그 많던 쌀국수를 판매하던 식당과 간이식당이 싹 사라집니다. 즉, 쌀국수는 아침에나 점심까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것이지요. 요즘에야 한국도 외식이 일반화 됐지만 그 전부터 베트남은 중국과 같이 아침식사를 외식으로 해결합니다. 그 대표적인 아침식사 메뉴가 쌀국수인것이지요. 하노이에서 유명한 이제는 우리나라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는 하노이의 대표 쌀국수 전문점 '퍼짜쭈엔'도 아침에 가야만 맛볼 수 있어요.


< 하노이의 '퍼짜쭈엔'의 퍼 보 >


이외에도 소소한 차이점들이 있습니다. 저민 마늘로 만든 초마늘이라든지, 한국에서 보기 힘든 달지않은 칠리소스, 같이 곁들여 나오는 베트남 고추, 튀김빵인 꿔이 등 하노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쌀국수의 정취가 있죠. 한국으로 돌아와서 가장 향수에 시달리는 것 중에 하나가 이 쌀국수 입니다. 도저히 한국에서는 만날 수가 없어요. 최근 유명해진 '에머이'같은 베트남 전문점에서 생면으로 만든 쌀국수가 있지만 생면의 모습이 너무도 다릅니다. 맛도 역시나 좀 차이가 있고요.


< 쌀국수 국물에 적셔먹으면 그 맛이 독특한 꿔이와 쌀국수를 먹은 후 입가심에 제격인 차 >




쌀국수 특히, '퍼 보'만을 놓고 얘기하자면 퍼보의 원조는 '하노이'라고 합니다. 남북으로 긴 지형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은 지역에 따라 대표음식 또한 다양한데요. 호치민의 쌀국수는 하노이의 쌀국수를 따라가지 못하지요. 유명한 관광지 다낭에서는 '분보후에'라고 중부 지역의 대표 쌀국수가 있죠. 


제가 경험해본 결과 쌀국수는 '하노이'가 제일 맛있었어요. 게다가 현지인이 알려준 정보이기도 하죠. 남부 베트남 사람들도 하노이쌀국수가 제일이라고 하니까요.


과연, 김정은과 트럼프는 하노이에서 쌀국수를 먹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