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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길리 트라왕안을 다녀와서 기록하는 길리의 특징

길리 트라왕안은 참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자주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과 청명한 색의 바다, 그리고 아름다운 노을이 매력적인 섬을 겨우 4일밖에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길리 트라왕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한달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와 남편은 저질체력을 무릅쓰고 최대한 길리를 오롯이 느끼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지요. 이번 포스팅은 길리 트라왕안의 전체적인 후기로 볼 수 있겠네요.

 


1. 길리 트라왕안의 물가

길리트라왕안은 길리 아이르와 길리 메노 섬들 중에 가장 면적이 크고 관광객도 가장 많은 곳이라 관광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달해있습니다. 저는 길리 트라왕안과 길리 메노 섬을 다녀왔었는데 길리 트라왕안은 규모가 큰 고급리조트와 중간 크기의 럭셔리 호텔, 수준급의 레스토랑도 많지만 길리 메노는 방갈로위주의 숙박시설과 규모가 작은 식당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길리 트라왕안이 좀 더 물가는 높습니다. 


관광객이 많은 섬이라 물가가 비싼 것은 당연하지만 인도네시아중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고, 체감적으로 한국 수준의 물가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예를 들면 편의점 아이스크림바 하나가 거의 800원 ~ 1200원(10.000RP ~ 150.000RP)정도이고, 빙탄 맥주 한병은 2500원 ~ 3500원 정도 합니다. 음식값은 레스토랑의 컨디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예쁜 해변 앞에 있는 레스토랑의 경우 1디쉬당 평균 10000원정도 합니다. 만약 해산물이나 비프를 곁들이는 고급요리라면 당연히 금액이 올라가겠지요. 하지만 제 경험상 길리 트라왕안에서 먹은 음식들이 자카르타에서 먹은 것들보다는 평균적으로 맛있었어요. 아무래도 많고 다양한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그만큼 요리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고 평균적인 퀄리티가 좋은 것 같았습니다.  

 


< 중간레벨의 식사가 가능한 카페의 메인메뉴 가격과 가볍게 즐기기 좋았던 야채 샌드위치,

 '블루마린(Blue Marlin)' 다이버용품점이지만 식당도 겸하고 있었습니다. >

 

2. 스노클링을 위한 섬

길리 트라왕안은 바다가 아름다운만큼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제격인 곳입니다. 전세계에서 다이버들이 모여들정도로 다이버들에게 매우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섬 어디를 가나 어느 시간대에서든 스노클링을 홍보하는 현지인들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길리에서의 초보들이 할 수 있는 스노클링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됩니다. 오전이나 오후 시간대를 선택해서 4~5시간정도 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그룹지어서 스노클링을 하는 퍼블릭스노클링과 원하는 시간대에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프라이빗스노클링입니다. 물론 금액에서 차이가 있고, 기본적으로 보트로 이동합니다. 퍼블릭스노클링은 투어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성인 1인당 약 8000원(100.000RP)이면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다른 것들에 비해 스노클링 투어가 매우 저렴합니다. 나머지 하나는 터틀포인트(북동쪽)에서 스노클링 장비를 빌린 후 낮은 깊이의 바닷가에서 바다거북을 찾아 보는 가벼운 스노클링도 있고요. 


저와 남편은 3~4시간동안 배 위에 머물러야 하는 보트 스노클링은 체력적으로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고, 터틀 포인트에서 근처에서  바다 거북이만 봤습니다. 바다거북이를 처음 보는 그 경이로운 경험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이 감동적이었습니다만 30분 정도 수영하고나니 너무 힘들어서 그 이상 할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어요. 굳이 바다거북이를 발견하지 못해도 물색이 너무 예뻐서 바닷속을 보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길리에서는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가장한 물놀이를 하고 난 뒤 낮잠을 자고 식사를 하며 바다를 보다가 노을 포인트로 이동해서 노을을 보면 하루가 금새 지나갑니다. 

 

 


3. 길리 트라왕안의 이동수단 - 자전거와 마차

길리 섬들은 자동차가 없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사람들은 마차와 자전거를 이용하여 섬 이곳저곳을 이동합니다. 처음 섬에 도착해서 호텔까지 이동할 때 캐리어 때문에라도 마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항구에서 매우 가까우면 모를까 거의 모든 곳이 비포장 도로이기 때문에 캐리어를 손으로 끌고 이동하기는 매우 어렵지요. 따라서 마차가 없을 때에는 한참 기다려야 하고 비용도 저렴하지 않은데다가 유동적입니다. 마차 드라이버와 흥정도 가능합니다만 예상한 비용과 크게 차이나지 않아서 저희는 그냥 요구한 데로 지불했어요.  항구에서 호텔까지 갈 때에는 150.000RP를 냈고, 호텔에서 항구까지 나올 때에는 100.000RP를 냈습니다.

 

 


도착한 첫날을 제외하고는 호텔에서 대여한 자전거를 이용해서 거의 모든 곳을 다녔습니다. 섬을 자전거로 한바퀴 도는데 약 한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것 같습니다만 너무 더워서 중간중간에 쉴 수 밖에 없습니다. 비포장 도로여서 자전거를 모는 것도 쉽지않고, 그 다음날 근육통을 조우하게 됩니다. 섬 가장자리에 있는 도로는 섬 한바퀴를 다 이어주지 않으며 되돌아갈 수 없으면 방파제 옆 좁은 길을 자전거를 끌고 이동해야 합니다. 섬의 북서쪽 일부 도로는 고운 모래사장이 중간에 있어서 자전거를 탈 수 없고 역시나 끌고 이동해야 합니다. 섬을 한바퀴 돌아본다는 것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이동입니다만 섬의 동서남북의 풍경이 다양하니 놓칠 수 없는 여행코스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자전거는 호텔의 서비스로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호텔 컨디션에 따라 자전거의 상태도 나뉘어집니다.  여행자들이 몰릴 때에는 미리 선점하는 것도 좋다는 후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항구 근처에서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대여 할 수 있는 곳도 많고, 이 곳에서는 윤식당의 이서진씨가 몰고 다니던 일반 자전거보다 바퀴가 큰 자전거도 빌릴 수 있죠. 대신 렌트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으니 대부분 사람들은 호텔의 자전거를 이용합니다.

 

<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주차된 자전거들 >

 

여행지라는 것이 트렌드에 민감하기도 하고, 미디어의 노출에 따라 유명세를 타기도 해서 길리 또한 그런 곳이 아닐까 싶어 여행가기 전에 걱정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와 남편은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너무 만족했던 곳이었습니다. 가는 길도 쉽지 않았고, 편리하거나 친절한 여행지가 아닙니다. 자카르타에서도 느꼈지만 길리섬 또한 관리 되는 곳은 정말 깨끗하고 좋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방치되어 있지요.

 

여러 불편한 점을 감수하고서라도 다시 방문하고 싶은 이유는 정말 아름다운 풍경과 여러 나라의 여행자들이 모여들어서 만든 독특한 문화가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섬 어디에서나 그늘만 있다면 유유자적 할 수 있는 평화로운 해변은 지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을 줍니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파도와 그 물색을 보고 있자면 인생 뭐 있나 싶었습니다. 그 순간 그 곳에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해준 아름다운 곳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