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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종묘'를 방문하기 전, 미리 알고 가면 보이는 것들

서울의 '종묘'는 4대궁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중요한 관광명소입니다. 지방에 살 때 티비에서 드라마나 예능에서 종묘가 나오면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외려 서울에서 살면서 언제나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자꾸 미루게 되더군요. 다른 궁을 한번씩 둘러보았으니 마지막으로 가 볼곳이 '종묘'였습니다. 다녀와서 느낀 점인데, 미리 알고 갔었다면 좀 더 알차게 구경했을 것 같아서 정리해보았습니다.




1. 시간제 관람인 '종묘'

우선 '종묘'는 다른 4대궁과 다르게 시간제 관람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4대궁은 자유관람이 원칙이고 보완적으로 해설사 인솔 하의 관람이 운영되고 있지만, '종묘'는 해설사 인솔 하의 시간제 관람이 원칙이고, 자유관람은 예외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관람으로 '종묘'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실시된 제도라고 합니다. 자유관람은 토요일과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 만 가능하고, 계절에 따라 입장 및 관람시간이 조정되니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시면 편리합니다. 인터넷 홈페이지도 예약이 가능하고, 인원에 따라 미리 가서 대기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에는 평일이어서 저와 남편도 해설사의 인솔에 따라 관람을 했습니다. 경험 해보니 해설사님이 자세히 설명을 해주셔서 관람에 큰 도움이 되고, 특히 건물사진을 찍을 때 다른 관람객들이 없어서 건물사진을 부각해서 찍기 좋습니다. 반면에, 같이 관람하시는 분들이 소란스러울 때 해설사님의 설명이 잘 들리지 않고, 사진을 찍을 시간이 조금 부족합니다. 대신 자유관람일 때는 '정전' 사진을 찍을 때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같이 찍히겠지만, 자유롭게 찍을 수 있겠죠. 관람목적에 따라 관람유형을 선택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 종묘의 3가지 영역

해설사님께서 설명해 주시지만, 종묘에 관련된 용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 들었을 때는 그 이해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종묘의 경우 다른 궁궐에 비해 안내문이 적어 추가적으로 정보를 얻기도 힘들었습니다. 미리 종묘에 대해 알아 간다면 처음듣는 해설사님의 설명도 많이 쉬워지고 재미도 더할 것입니다.




종묘는 유교건축 중 대표적인 예제건축입니다. 즉 예와 제사를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이지요. 따라서 크게 제사를 준비하는 공간인 '재궁'영역, 제사를 지내는 공간인 '정전'영역'영녕전'영역으로 나뉘어서 지세에 따라 배치되어 있습니다. 종묘의 정문을 지나 입장하면 처음에 보이는 건물은 '향대청'이라는 곳인데, 제례에 사용하는 향과 제사예물 등을 보관하고, 제관들이 그 준비와 대기를 하는 곳입니다. '재궁'은 왕과 왕세자가 목욕재계를 하고 제사를 준비하는 곳이지요. 


이 곳을 지나 길 따라 이동하면 드디여 보이는 곳이 '정전'입니다. 종묘의 중심건물이자 제사를 지내는 종묘의 핵심영역이지요. 국보 제 227호 입니다. '정전'에는 태조를 비롯하여 제왕의 신주 19위, 왕후의 신주 30위 총 49위가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그 의미와 순서가 당시의 정치상황을 설명해주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필요에 의해 증축을 해서 건물의 총 길이가 101m가 되었습니다. 전문가용 렌즈로도 한번에 정면으로 건물의 전체모습을 찍을 수 없다고 합니다. 



'정전'을 지나 서쪽으로 이동하면 '영녕전'이 나오는데, 정전에 비해 규모가 작습니다. 별묘라고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정전에 모시지 않은 다른 제왕들과 추존국왕들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왕위에 오르지 못했던 분들도 몇분 더 있으니 그 분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도 여기에 모셔져 있죠. 


3. 각 건물을 상징하는 방향, 박석으로 만들어진 길과 월대

'정전'은 남쪽을 바라보고 북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건물을 정면에서 보면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입니다. 이 배치는 '재궁'에서도 동일하게 볼 수 있는데, 재궁에는 3종류의 건물이 있습니다.남쪽을 바라보고 북쪽에 있는 '어재실'은 왕이 머무는 곳이고, 그 오른쪽에 있는 건물은 세자가 제사를 준비하는 곳 '세자재실'입니다. 보통 세자가 머무는 곳을 동궁이라고 하지요. 서쪽에는 '어목욕실'입니다.



또한 종묘를 들어서면 박석으로 만들어진 길이 있는데 그 길의 종류와 쓰임새가 다릅니다. 가운데길은 사람이 걸을 수 없는 '신향로'입니다. 따라서 그 길을 따라 가다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일부는 '재궁'쪽을 향하고 있죠. 게다가 박석으로 만들어진 그 길은 매우 울퉁불퉁합니다. 발 밑을 조심해서 걷다보면 자연스레 그 자세가 공손해지도록 의도한 길이라고 하더군요. 정전 앞 광활한 월대도 마찬가지로 고르지 않고, 살짝 경사가 져 있습니다. 정전으로 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앞으로 쏠리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합니다. 

종묘, 가운데 세가지 길의 의미 - 소피스트 아뜰리에




더 자세히 쓰고 싶지만 그 이상은 직접 보면서 알아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이만 줄이려고요. 사실 현대사회에서 제사와 예의 의미가 예전과 같지 않아 이런 내용들은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예법을 중시한 조상들의 정성이 어느 면에서는 과하다 싶죠. 하지만 종묘를 이렇게 잘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종묘를 처음 만들었던 중국도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유지되고 있지 않아 중국의 역사학자조차 우리나라의 종묘를 연구한다고 하니 그 의미가 큽니다. 알면 아는 만큼 보이고 더 아끼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