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사와 마실것들

천호 현대백화점 12층 식당가, 독특하면서도 무난한 맛집 '더 플레이스'

  번잡한 잠실 롯데월드몰과 상반된 한적하고 여유로운 천호 현대백화점 12층 식당가

조석으로 찬바람이 분다지만 아직 한낮더위에 실외는 견디기 힘듭니다. 주말에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돌아다녔지만, 늦은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고자 하는 식당들은 하나같이 웨이팅을 요구하더라고요. 잠실은 몰에도 백화점에도 주말 낮에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개학 전 마지막 주말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5분 이상의 웨이팅은 참지 못하는 저와 남편은 잠실에서의 점심은 포기하고 천호역으로 건너가 현대백화점 12층 식당가를 가보니, 그 많은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상대적으로 너무 여유롭더라고요. 물론 점심시간은 좀 지난 시간이었지만 여유로운 테이블은 보니 어디서든 편안하게 늦은 점심을 즐길 수 있어보였습니다. 12층의 식당가가 리뉴얼한 후 고급진 식당들을 하나씩 경험하는 재미가 꽤나 좋아요. 남편과 저는 오랜만에 파스타를 즐기기로 결정하고 12층 식당가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CJ계열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더 플레이스'를 처음으로 방문해봤어요. 



< 역시나 전망 좋은 식당은 천호대교 방향쪽에 위치한 철그릴 또는 히바린 >



위     치 : 현대백화점 천호점 (천호동 455-8번지) 12층 식당가 

운영시간 : 10:00 ~ 22:00 (백화점 운영시간과 동일, 휴무일은 백화점 기준에 따름)

전화번호 : 02-2225-8907 (예약가능)



  아무리 전망이 좋아도 여름 낮에는 피해야 할 창가 테이블

12층에 위치한 만큼 창가자리가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점심시간이 꽤 지난 시간이라 빈테이블이 많았지만 창가 테이블은 1군데 빼고는 다 차 있더라고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직원분께서 안내해주신대로 창가테이블에 자리 잡고 메뉴를 보았습니다. 파스타와 피자 메뉴가 매우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원래 오일파스타를 좋아하는 터라 저는 뿔리뽀 알리오올리오를 선택하고, 남편은 이번 8월 한달 동안만 선보이는 시즌메뉴 중 비단가리비 파스타를 선택, 주문했습니다. 주전부리를 했던 터라 다른 추가메뉴를 주문하지는 않았고요. 


뿔리뽀 알리오올리오는 대표메뉴이기도 하지만 매달 다른 이름의 이벤트를 적용하여 자주 할인되는 모양이더라고요. 정가대로 21,900원으로 주문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어요. 지나가다보아도 매번 할인하더라고요. 주꾸미를 토핑한 알리오올리오라 특이하기도 하지만 후기 또한 매우 좋은 편에 속하는 메뉴입니다. 물론 이 식당에서 가장 유명한 시그니쳐 메뉴는 폭탄피자(21,800원)이지만 너무 배가 부른 것도, 포장도 내키지 않아 저희는 파스타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메뉴를 주문하는 동안 잠시 앉아있는데 창가의 열기에 너무 더웠어요. 여름에는 저녁에 해가 진 후라면 모를까 한낮에 창가자리에 앉는 것은 피해야 할 것 같아요. 빈 테이블이 많은 만큼 저희는 홀 중간의 시원한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어요. 직원들은 번거로운 요구에 싫은기색 없이 친절하게 테이블을 옮겨주셨습니다. 


< 전망을 포기할 정도로 더운 여름 한낮의 열기 >


  평범하지만 특별한, 독특하지만 무난했던 파스타 요리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여유롭고 시원하게 더위를 식히고 있으니 오래지 않아 주문한 파스타가 나왔습니다. 뿔리뽀 알리오올리오는 기대했던 것보다 양이 많아보였습니다. 비단 가리비 파스타는 가리비가 시선강탈입니다. 큼지막한 가리비 껍데기가 위로 뒤덮힌 파스타는 비주얼이 매우 푸짐해 보입니다. 물론 껍데기를 치우고 나면 평범한 토마토 파스타가 되겠지만요. 


< 뿔리뽀 알리오올리오 11,900원 >


뿔리뽀 알리오올리오는 역시 평이 좋은대로 맛이 좋았습니다. 간도 적당했고, 알싸하지만 부드럽게 속까지 익은 마늘이 오일베이스의 느끼함을 잡아줍니다. 매콤한 할라피뇨피클이 들어있어 느끼할 틈을 주지 않고, 중간에 한번씩 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집니다. 


주꾸미는 파스타와 함께 요리하기전에 데쳤는지 아니면 따로 익혔는지 보기와 다르게 매우 부드럽습니다. 사실 쫄깃한 식감을 예상했었는데 그럴틈없이 너무 부드럽게 씹혀서 주꾸미의 식감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외려 너무 부드러운 주꾸미 식감이 아쉬웠달까요. 하지만 파스타랑 같이 즐기기에 밸런스가 좋습니다. 평범한 알리오올리오에 특이한 주꾸미 토핑을 더한 꽤나 만족스러웠던 기본기가 탄탄한 요리였어요. 인기메뉴일만 하더라고요. 게다가 매번 할인을 해주니 그만큼 내세울만한 메뉴인 것 같았어요.


< 8월 한정 시즌 메뉴 : 비단 가리비 파스타 19,900원 >


8월 한 달 동안만 선보이는 시즌 메뉴인 비단 가리비 파스타는 화려한 비주얼과 푸짐한 가리비가 특징이었어요. 사실 가리비 껍데기 속 조갯살은 껍데기에 3분의 1도 되지 않았지만요. 식감은 바지락살보다 매우 부드러웠습니다. 감칠맛을 더해주는 부드러운 조갯살에 새콤달콤한 토마토 소스를 베이스로 한 파스타였죠. 예상가능했던 무난한 맛이었지만 간이 세지 않고 적당히 감칠맛이 돌아 계속 손이 가는 요리였어요. 왜 8월의 시즌메뉴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맥주가 생각나더라고요. 토마토 파스타와 맥주는 생각보다 궁합이 좋거든요. 만약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맥주를 꼭 곁들일꺼예요. 



프랜차이즈 식당이라 많이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좋은 퀄리티의 요리들이었어요. 다른 곳에 비해 아직은 사람들이 많지않아 조용한 환경었던 것도 저희에게는 큰 장점이었습니다. 분위기 좋고 쾌적한 여유로운 시간이었어요. 다음에는 남들 다 먹어본다는 폭탄피자를 먹어봐야겠어요. 

(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