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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와 마실것들

물밀면보다는 비빔밀면이 더 좋았던 '춘하추동밀면 논현직영점'

  날카로운 첫 밀면의 추억

8년 전 밀면을 처음 먹었을 때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맛에 큰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물밀면에서 양념치킨의 맛이 나는데 이상하지 않고 어째 저렴하고도 익숙한 맛인데 시원한 것에 매우 놀랐었더랬죠. 쫄면보다는 가늘고 국수보다는 쫄깃하며 야들야들하고 미끌미끌하여 호로록 빨려들어가는 면의 촉감 또한 처음 경험했던 것이었고요.


사실 물리적으로 너무 먼 곳이다 보니 경상도쪽으로 여행을 많이 가보지도 못했고, 딱히 연고도 없어서 밀면이라는 음식의 존재조차도 대학다닐 때 서울에서 부산출신의 친구들에게 처음 들었었죠. 그 이후로도 한참이나 지나 처음 맛보았었습니다. 그리고 시원하면서도 냉면과도 다르고, 매콤 달콤한 양념다대기와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육수의 조화가 남달랐던 밀면의 맛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맛있었고, 밀면때문에라도 김해를 가야 한다며 남편이랑 자주 곱씹었었죠.


< 사진출처 : Cindy의 욜로라이프 블로그,

밀면이라는 신세계를 처음 영접했던 김해 진영읍에 위치한 '가야밀면'>


그 이후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경남쪽은 어째 지나가기만 했지 목적지로서 갈 일이 없더라고요. 서울에서 다른 밀면집이 있어 먹어보았지만 처음 먹었던 그 맛을 따라오는 곳은 없었어요. 역시 그 지역에 가서 먹어야 하는 건가 싶어 포기하고 있었더랬죠. 그런데 최근에 논현에 부산의 4대밀면집(3대밀면집이라고도 함) 중 하나인 '춘하추동 밀면'이 새로 생겼다고 해서 일부러 짬을 내어 다녀왔습니다.



부산인들의 포스팅에 따르면 부산의 4대 밀면집은 개금밀면, 할매 가야밀면, 국제밀면, 춘하추동밀면 이라고는 하는데 국제밀면과 춘하추동밀면집이 3대 밀면집에 포함되는 것에 의견이 갈린다고 합니다. 3대 또는 4대 밀면집도 인기가 좋지만 부산인들은 자기만의 동네 밀면집을 더 선호한다고도 하고요.



  올 6월에 오픈한 춘하추동 밀면의 단출한 메뉴

서울 한복판에 있어서 그런지 꽤나 인기가 많더라고요. 오픈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후기가 넘쳐납니다. 요즘에는 강남쪽에 특별히 갈 일이 없어 미루고 있다가 여름 지나기 전에 밀면이라도 먹어봐야겠다며 오랜만에 342번 버스를 탔어요. 영동고등학교에서 가깝고, 도산공원사거리 근처에 있습니다. 유명한 회식용 식당들(고기집, 한정식 등)이 많은 골목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      소 : 서울 강남구 언주로148길 14  (지번 : 논현동 98-12)

전화번호 : 02-3447-2088

영업시간 : 매일 10:30 - 21:00






논현직영점이라고 내세운 것 보니 프랜차이즈는 아닌 모양이에요. 메뉴는 단출하니 밀면 2종류(각 8000원), 사리(2000원, 비빔 3000원), 수육(3000원), 만두(5000원)가 전부입니다. 부산의 밀면은 가격이 5,000~6,000원이라고는 하나 논현동네프리미엄으로 그 가격이 좀 더 비쌉니다. 방문한 날은 저녁 7시 즈음이었는데요, 더위가 한풀 꺾였을 때라 그런지 테이블은 많이 비어있었습니다. 오픈한 지 얼마 안된 집답게 테이블이며 식기가 아직은 반짝반짝합니다. 



  다시 방문한다면 물밀면보다는 비빔밀면

저희는 물밀면, 비빔밀면, 수육 하나씩을 주문했습니다. 주문도 하기 전에 가져다 주는 것은 뽀얀 육수 국물이고요. 살짝쿵 후추가 뿌려져 있어요.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따끈하게 뽀얗고 고소한 육수를 마십니다. 냉면집가면 닝닝한 국물을 주는 데 그런 육수보다는 좀더 구수하고 간이 되어있으며 감칠맛이 납니다. 차가운 밀면을 먹으면서 따뜻한 육수를 같이 곁들이니 시리던 입안이 잘 달래지더라고요. 요거 참 맛있었어요.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빠르게 음식들이 서빙되었습니다. 수육은 가격이 저렴한 만큼 양도 적당합니다. 그런데 수육을 먹으려 젓가락으로 들어보니 고기가 조금 포들포들 말라있었습니다. 썰어놓은지 좀 많이 된 듯하게 차갑게 식어있었고, 먹어보니 역시나 많이 말라서 질기더라고요. 가위로 한입크기씩 썰어서 먹어야 할 정도로 질겼습니다. 그래도 씹을수록 고소하고, 돼지냄새가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사실 기대보다 별로여서 아쉬웠지만 남기지는 않았지요.




물밀면은 고명이 참 예쁘게 올라가 있더라고요. 사진을 찍은 후 양념과 면을 풀기 전에 물밀면의 육수먼저 맛을 보았습니다. 색이 갈색인 만큼 달큰하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귀같은 한약재향이 훅 올라옵니다. 한약재 향이 꽤나 강하고 독특해서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면을 잘 휘저어 풀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잘 안풀리더라고요. 여기서부터 조금 기분이 그랬어요. 면을 말아놓은지 한참 지났는지 면이 꽤나 뭉쳐있어 잘 안 풀리는 거예요. 어쩔수 없이 가위질을 해서 면을 푸는데 면이 탄력이 없었어요. 겨우 잘 풀어서 면을 호로록 먹어봅니다. 단맛이 꽤 강하고 처음에는 잘 못느끼다가 먹으면 먹을수록 매콤한 맛이 올라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면이 불어서 탄력이 없고 뚝뚝 끊어져서 아쉬웠어요. 



비빔밀면도 물밀면과는 다르지만 특유의 한약재향이 있습니다. 가자미 회가 작게 채쳐 양념장에 같이 들어있어서 면을 먹다보면 가자미회가 딸려들어옵니다. 중간중간 오이와 무절임이 꽤 많아서 면과 같이 먹으면 오독오독 식감의 조화가 좋았어요. 비빔밀면은 물밀면보다 면이 덜 불어있어서 그런지 좀더 쫄깃한 느낌이었습니다. 독특하면서도 매콤달콤한 양념이 맛난 비빔밀면이었어요. 



춘하추동밀면의 시그니처인 한약재향은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더라고요. 저의 경우는 물밀면을 처음에 먹을 때는 그저 향을 느낄 뿐이었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한약재 향 때문에 조금 물리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개인적은 취향이니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밀면 자체가 조금 불어있었던 것이었지만요. 


총평은 물밀면과 수육은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웠지만 비빔밀면은 꽤 맛있었어요. 남편도 물밀면보다는 비빔밀면이 더 좋았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서울에서 부산의 밀면을 맛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경험이었어요. 기회가 닿으면 그리고 그 때가 여름이라면 다시 방문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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