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본가 가는 길에 대전에 잠시 들러 점심을 먹었습니다. 몇 년 전 남편은 업무때문에 약 2년간 대전에서 생활했었습니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중부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그 시절 자주 즐겼던 칼국수가 생각나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일삼고 대전에 한번 가봐야지 했지만 기회가 나질 않았거든요. 평일에 본가를 가는 것도 오랜만이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대전행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주말에는 고속도로 정체 때문에 시도도 하기 힘들더라고요.
대전톨게이트를 지나 칼국수집으로 가기 전에 먼저 '성심당'을 들려야합니다. 빵순이, 빵돌이인 저희 부부는 어딜 가든지 빵집부터 찾으니 당연한 순서입니다. 게다가 '튀소'를 놓친 경험이 많은 남편은 점심 전에 가야 빵도 다양하게 있고, 줄을 서지 않고 살 수 있으니 먼저 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도 이런 주장에는 언제나 동의합니다.
오랜만에 성심당 본점을 가보니 그 일대가 성심당 계열의 점포로 채워져있더라고요. '성심당 케익부띠끄'도 대로변에 크지막하게 있고, 본점 맞은편에는 '성심당옛맛솜씨'라며 간식전문점도 새로 생겼습니다. 성심당 2층에 위치한 '성심당테라스키친'에서는 파스타와 돈까스 등을 맛볼 수 있습니다. 여기도 새로 리모델링 했다고 하더군요. 그 규모가 상당해서 좀 놀랐습니다. 성심당매장은 여전히 빵종류도 매우 다양하고 그 양도 어마무시하며, 빵을 구입하는 손님들도 역시나 많았고요. 방문했을 때가 아직 12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는데도 이미 빈 매대가 보였습니다. 들어오는 사람들은 많고 나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매장 안이 갑자기 복잡해졌습니다. 저희는 빵 구경을 충분히 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한 채, '튀김소보루'와 다른 빵들을 조금씩 사고 후다닥 나왔습니다. 계산할 때 줄을 서지 않았었는데 저희 뒤로 갑자기 줄이 생기더라고요. 운이 좋았어요.
원래의 목적인 칼국수를 먹으러 이동합니다. 그곳은 바로 유성구에 위치한 '대선칼국수'입니다. 그날 방문했을 때 내비의 안내로 움직였는데 부근의 풍경이 달라져서 없어진 줄 알았습니다. 오랜만에 가서 착각했던 모양입니다. 검색하니 영업중이라고 해서 다시 찾아봤더니 원래 있던 자리에 여전히 있더라고요. 안심한 저희는 익숙한 간판을 보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평일 점심인데 지금도 손님들이 많습니다.
원래 즐겼던 칼국수 1인분과 오삼두루치기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주문하기 무섭게 기본찬들이 세팅이 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가족단위의 손님들부터 혼자 오신 손님들까지 그 모습이 다양합니다. 사실 이 식당의 평은 호불호가 갈립니다. 별로였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 저희처럼 못 잊어서 자꾸 찾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도 손님이 끊이지 않은 곳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웠던 칼국수가 나왔습니다. 국물을 떠먹어 보니 그 맛은 몇년 전 그대로입니다. 고기와 해물을 섞어서 육수를 낸 국물이 시원하면서 구수합니다. 칼국수의 국물이지만 진득하지 않고, 그렇다고 잔치국수처럼 아주 맑지도 않은 국물이 너무 맛있었습니다. 저와 남편은 예전 기억을 되살리면서 또 다시 칼국수를 맛보는 이 순간을 다시 추억으로 남겼습니다.
뒤이어 나온 오삼두루치기는 원래 먹던 메뉴는 아니었지만 두루치기에 칼국수면을 비벼 먹으면 맛있다는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참고해서 시도해 본 메뉴입니다. 오삼두루치기는 상당히 맵고 양념이 진하며 달지 않고 간이 셉니다. 고기 한점 맛보니 땀이 바싹 날정도로 매콤했어요. 오삼두루치기만 먹기보다는 역시 쌈을 싸서 먹거나, 칼국수 면을 비벼먹어야 맛나더라고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다시 방문해도 칼국수만 먹을 것 같습니다. 물론 칼국수 면을 비벼먹었을 때 그 맛이 색다르고 좋았지만 오삼두루치기는 둘이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습니다. 반절도 먹지 못하고 나머지는 포장했거든요. 다행히 저녁에 좋은 반찬이 되었지만요.
기분에 따라 갑자기 결정한 대전행이었지만, 알차게 다녀온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본가에서 성심당에서 사온 빵을 부모님과 함께 맛있게 즐겼으니 그 또한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역시 성심당의 '튀김소보루'는 명불허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