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어느 주말 자카르타를 혼자 돌아다니던 남편이 사진 하나를 보내왔습니다. 자기가 점심을 혼자 먹고 있는데 카레가 그리 맛있어서 혼자 즐기기 아깝다며 톡을 보내온 것이었어요. 사진을 보니 일본식 카레였습니다. 원래 남편은 일본식 카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식당이길래 그리 칭찬을 하는지 궁금해라 했더니 식당 이름을 알려주더라고요. 검색해보니 한국에도 여러 지점이 있는 일본의 프랜차이즈 카레전문점이었어요.
< 남편이 보내온 카레 사진, 자카르타 스나얀 시티에 있는 '코코이찌방야'
한국에 비해 매우 저렴하답니다. >
남편의 귀국 후 종로나들이를 갔다가 그 때 일이 생각나서 들린 곳이 바로 종로타워에 있는 '코코 이찌방야'입니다. 정확한 위치는 종각역 바로 옆에 있는 종로타워 지하 2층에 있습니다. 종각역 3-1출구와 종로타워 지하가 연결되어 있고, 종로서적 옆에 식당가가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서울의 큰 서점은 이렇게 식당이나 카페가 있어 편리한 것 같아요.
밥의 양과 카레의 매운정도를 조절할 수 있고 여러 가지 토핑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밥 양에 따른 금액이 차등인 것이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메뉴가 많고 먹고싶은 것이 많아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어요. 처음 접할 때는 복잡할 것 같지만 메뉴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되어있어서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고기를 곁들이는 카레, 야채나 해산물을 곁들이는 카레 그리고 계란오믈렛이 밥을 감싸나오는 오믈렛카레로 크게 나뉘어지며 토핑에 따라 그 조합은 무궁무진 하겠더라고요. 저는 처음 방문한 터라 남편에게 물어봤지만 자카르타와 메뉴가 다르다고 했어요. 자카르타에서는 좀더 심플한 것 같더라고요.
직관적으로 저는 라이트치킨오무를, 남편은 라이트야채치킨 & 하프가라아게 카레를 주문했어요. 둘다 야채를 선호하지만 저와 남편 각자 계란과 치킨을 포기할 수는 없었나봐요. 오믈렛카레는 요리법때문인지 밥양을 조절할 수 없어서 조금 아쉬었어요.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살펴보니 저희가 방문한 어중간한 시간(오후 3시 즈음)에도 저희 이후에 방문한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저희가 들어왔을 때만 해도 한 테이블만 있었는데 그 이후 많이 오시더라고요. 다른 주위의 식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았어요. 테이블과 식기들은 고슬고슬하니 청결했고, 서빙을 도맡아 하시는 분들은 매우 친절했습니다.
드디어 카레가 나오고, 사진을 찍는 도중에도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밥 없이 카레만 맛을 보았는데, 특유의 카레의 향이 자극적이지 않고 참 고소하고 부드러웠어요. 간도 세지 않아 카레만 먹었을 때도 짜지 않았습니다. 오믈렛이 건들면 말캉말캉 흔들릴정도로 살짝 반숙이었고, 카레랑 잘 어울렸어요. 남편이 선택한 메뉴는 어차피 베이스가 같아서 맛은 같았고, 토핑으로 곁들인 가라아게는 매우 바삭했어요. 가라아게에 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아서 삼삼했는데 그게 좀 아쉬웠고, 저는 약간 닭내가 좀 났었어요. 남편은 괜찮다고 했지만요.
카레 자체가 워낙 맛이 좋아서 정말 싹싹 긁어먹었어요. 다른 테이블을 보니 카레소스는 리필이 되더군요. 느끼하면 곁들일 수 있는 테이블 위의 오복채는 겉보기와 다르게 새콤한 피클이었고 오독오독한 식감이 카레와 궁합이 좋았습니다. 남편은 카레 맛이 자카르타와 같았고, 그 맛이어서 다행이라고 하더라고요. 저희 부부는 재방문의사 100%입니다. 일본식 카레를 좋아하지 않고 평소 집에서도 카레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남편의 취향을 완전히 바꿔놓은 카레전문점이였습니다. 아비꼬보다 훨씬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