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의 코타지역은 식민지 시절 관공서와 무역회사가 먼저 들어서면서 시가지를 형성한 곳으로 요즘은 구시가지 즉, 올드타운으로 명성이 있는 곳입니다. 파타힐라 광장을 중심으로 규모가 제법 큰 식민지 시대 양식의 건물이 빙 둘러싸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많고 주말이나 공휴일에 사람들이 나들이를 나오는 지역이면서 여행객이라면 한번쯤은 들러봐도 좋을 곳입니다.
파타힐라 광장을 방문한 날은 주말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주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원래 목적은 카페 바타비아였기 때문에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커피를 마시고 나와 광장을 둘러보았습니다. 골목에는 코스프레 한 사람들이 돈을 받고 같이 사진을 찍어주었고, 길거리에는 시장처럼 돗자리를 깔고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핑크색이 시그니처인 자전거를 대여한 사람들이 광장 여기저기를 화려하게 만들고 다녔습니다.
한참을 신기하게 구경을 하고나서 저와 남편은 '역사 박물관(Jakarta History Museum)'을 방문하였습니다. 박물관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더위를 피하고자 하는 목적이었습니다. 주말이라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고 생각보다 시원하지 않았습니다. 입장료를 파는 곳 외에는 에어컨이 없었습니다. 입장료는 1인당 5000루피이며 입구를 지나 나가면 본관 건물로 안내가 됩니다. 처음 본관을 들어가기 전에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따라가봤더니 반지하층에 감옥이 있더라고요. 박물관 건물이 원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본사건물이었다는 것은 전시관을 살펴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 penjara bawah tanah - 지하감옥 >
식민지시대 초기에는 행정업무와 함께 교회의 역할을 했던 건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증축을 거듭하여 지금 이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총독부건물이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지요.
역사박물관이라고는 하나 전시물은 매우 빈약했습니다. 그림과 표로 설명된 전시가 대부분이었으며 벽면의 그림에 대한 설명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특징을 보여주는 유물과 유럽의 문화를 반영한 유물의 복잡하게 혼재되어 있습니다. 일관성도 없고, 내용도 빈약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깊었던 이유는 전시물의 대부분이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를 반영하고 관련있는 점이었습니다. 16세기부터 외세의 침략을 받고 그 영향력하에 수탈되는 과정을 연표와 모형으로 설명하고 그 근거로 총독이 쓰던 유럽식 가구와 문장,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수탈 내지는 수집한 인도네시아의 유물들을 제시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전시물의 일관성 없음이 설명되는 대목입니다. 물론 더 가치있고 중요한 것은 아마 인도네시아에 없을 것이지만요.
< 외세 침략의 시작과 그 과정에 따른 도시의 변화 >
그 시대 이 건물에서 생활했던 이방인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제국주의 열풍은 결국 경제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고 그에 따른 악영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겉으로 보는 사람들의 일상은 다행히도 평화롭네요.
< 평화로운 주말 오후 역사박물관 본관에서 본 파타힐라 광장 >
많은 생각을 하게 된 파타힐라 광장의 모습과 역사박물관 관람이었습니다. 자카르타를 알고 싶다면 여기는 꼭 들러보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