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올레길이 지나가는 해변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했던 숙소는 10분정도만 걸으면 바닷가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유명한 해수욕장이나 해변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제주 남쪽 평범한 해변가의 올레길이 지나가는 제주 서귀포 인근 어디쯤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숨비소리라는 지명이 근처에 있어 해녀쉼터가 근처에 있는 것이 이해가 되는 매우 제주스러운 해변의 새까만 바위에 파도가 마구 부서지는 파도가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멀리 주상절리로 추정되는 절벽의 모습이 경이로울 정도로 멋있습니다. 이 날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었죠. 그 사납게 부는 바람과 파도에도 개의치 않고 낚시를 하는 강태공들은 풍경만큼이나 감탄스러웠습니다. 한참이나 바다를, 하늘을,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죠. 하지만 제주바다의 바람이 익숙치 않은 육지사람들은 쉽게 지칩니다. 바람없는 곳에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 서귀포의 한적한 골목에 있는 '카페 물고기'였습니다.
제주 서귀포 어느 해변 근처 '카페물고기'
서귀포 안덕면 대평리 해변에서 마을 쪽으로 들어오면 마을 초입에 멀리 해변이 보이는 자리, 옛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기존 돌집의골조와 외부를 그대로 두고 인테리어를 그에 어울리게 최근에 한 테이블이 많지 않은 작은 카페입니다. 큰 간판이나 네온사인도 없습니다. 작은 이정표와 작은 팻말이 여기에 '카페물고기'가 있다는 곳을 알려주지요.
위 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난드르로 25-7 (우)63533, (지번 : 안덕면 창천리 804)
영업시간 : 화~일 12:00 ~ 21:00 , 매주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 070-8147-0804
저희가 방문했을 때도 더운 날씨 때문이었는지, 사장님 한분 만 계셨었죠.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그리 반가울 수 없었습니다. 문을 닫으니 밖의 바람과 파도 소리가 반 이상 줄어 매우 조용했습니다. 이런 쾌적하고 평온한 실내가 반가우니 저희는 어쩔 수 없는 도시사람인가봅니다. 손님이 없어서 조금 어색했지만 메뉴판에 집중하다 보니 그 어색함은 금새 사라집니다. 늦은 오후라 카페인이 부담스러운 차에 시즌 메뉴가 있어서 '하귤 에이드' 한잔과 보리빵에 쨈을 주문했습니다. 주문하면서 계산을 했고요.
주문한 메뉴들이 나오기 전 사장님이 주방으로 사라진 틈에 카페 내부를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한켠에는 좁은 툇마루가 있어 창 밖의 바다를 오롯이 볼 수 있습니다. 작은 서재같이 여러 종류의 책이 꽂혀있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과하지 않게 꾸며져 있습니다. 살림집의 한켠을 카페로 이용하는 듯한 살갑고 편안한 곳이었습니다.
카페 물고기의 여름 시즌 메뉴 '하귤에이드'
생소한 이름의 '하귤에이드'는 그 맛도 매우 생소했습니다. 귤이지만 열대과일의 향이 나는 독특한 맛이었습니다. 레몬만큼 신것도 아니고 파인애플 향인듯 자몽 향인듯 상큼한 향이 나는 맛이었지요. 약간 쓴맛이 나기는 하지만 자몽만큼 쓰지 않고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었어요.
사장님께 이 과일이 궁금해서 여쭤봤더니 사장님이 따로 재배하시는 여름이 제철인 '하귤'이라는 품종의 귤이랍니다. 시중에서는 거의 구하기 힘들고 아시는 분들만 따로 주문해서 사간다고 합니다. 여름에 잠깐만 나오는 하귤로 만든 쥬스나 청으로 음료를 만든 이 카페만의 시그니처 메뉴였던 것이지요. 따뜻하게 데워 나온 보리빵 한점에 귤딸기잼을 발라 베어물고 상큼한 하귤 에이드 한 모금 하니 여름이 저리 도망갑니다.
사실 가족 여행 중이었어서 이런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작은 틈을 타 남편과 단둘이 나온 산책 중에 우연히 발견한 작은 카페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즐길수 있었던 짧은 시간이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오롯이 편안히 쉴 수 있었던 서귀포 어느 시골 '카페 물고기', 혹시라도 여름에 들리신다면 '하귤'로 만든 음료를 놓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