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면서 자주 갔던 곳이 남한산성입니다. 처음에는 야경이 아름답다는 말에 혹해서 갔었는데 다닐 수록 낮이건 밤이건 참 좋은 곳이었어요. 그다지 튼튼하지 않은 체력을 가진 저희 부부에게 적당한 등산코스이면서 산성을 따라 걷는 탐방로도 부담없이 걷기 좋았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것도 자꾸 찾게 되는 요인중에 하나였지요. 하지만 올해는 이 계절이 되서야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네요. 오랜만에 가서 더 반가운 곳이었어요.
다른 분들의 탐방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보통 산성로터리에서 행궁옆을 지나서 수어장대 쪽으로 오릅니다. 이 길은 다른 길에 비해 오르는 사람들도 적고 경사가 있는 편이어서 한참 오르다보면 숨이 턱턱 차오르지만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습니다. 약 20분 정도면 남한산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등산은 하고 싶지만 힘들게는 하고 싶지 않은 이율배반적인 마음을 가진 저에게 적당한 코스라고 생각합니다. 오르는 길목에 짙게 드리운 그늘은 초여름의 열기를 식혀줍니다. 중간중간 벤치도 있어 힘들면 쉬어가도 됩니다.
이번에 가 보니 새로 생긴 이정표가 보이더라고요. 길목마다 길이나 건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놓았고, 옆에 지도도 있어 현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게다가 남한산성에만 쓰이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컨셉이 통일되어 있어 세련되보이더라고요. 요즘 트렌드컬러인 블랙 바탕에 하얀색의 명조체, 그리고 그 자리를 상징하는 심플한 로고로 표현되있습니다. 지도의 경우 디자인적 요소는 좋아요. 정확성은 부족해 보이지만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산길에서 대략적인 위치 확인만 되도 매우 편리하니까요. 유서가 깊은 문화재를 알리는 데 소소한 도움이 될 것 같은 좋은 시도로 보입니다.
드디어 산성에 오르니 송파일대가 한눈에 보입니다. 마침 미세먼지수치도 보통인 날이어서 여름빛이 드리운 풍경은 아름다웠어요. 경사로를 조금 올랐다고 땀이 범벅이라 잠시 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아 더위를 식힙니다. 평일오후여서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뜸하지는 않습니다. 생각보다 찾는 사람이 많은 곳이에요.
남한산성 자체가 원래 역사가 깊고 매우 잘 알려진 유명한 곳입니다. 한번에 세워진 산성이 아니라 장기간을 두고 필요에 의해 조금씩 증축되고 개축되면서 그 축조기술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저의 평범한 눈으로는 잘 알 수 없지만 능선에 따라 보이는 유려한 산성의 기세는 남다른 감흥을 주며 볼 때마다 감탄하게 만듭니다.
서울 시내를 바라보는 방향에서 왼쪽으로 가면 수어장대로 향하고 오른쪽으로 가면 서문을 향해 갈 수 있습니다. 특히 밤에 방문해서 서문 옆 전망대로 가면 서울 시내 야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서문 쪽으로 방향을 틀어 북문을 지나 내려왔습니다. 이 길은 넓고 길의 경사가 급하지않아 내리막길로 편안한 코스입니다. 이번에도 짧고 굵은 만족스러운 트레킹이었어요. 여름이 지나기 전에 또 한번 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