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이사 왔을 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포천에 위치한 '국립수목원'이었어요. 지방에서 거주할 때도 가보고 싶었지만 너무 멀어서 엄두도 못내던 곳이었어요. 그저 우리나라에서 '국립수목원'이라는 곳이 있더라 정도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가까워져서 참 좋았겠다 싶었지만 아쉽게도 갈 수 있는 기회가 없었죠. 왜냐하면 '국립식물원'은 매우 엄격하게 인원수를 제한하기 때문이예요.
개원일은 화요일에서 토요일까지이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원입니다. 화요일부터의 평일에는 1일 5000명, 토요일이거나 평일이라도 공휴일이라면 1일 3000명으로 입장인원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봄,가을에는 토요일, 공휴일에는 2~3주 내에 예약가능인원이 남아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주말에만 쉴 수 있는 직장인에게 토요일 수목원 예약 은 꽤나 어려운 미션이죠.
오랜만에 휴가를 낸 남편과 함께 할 하루 나들이로 제격인 곳이었어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하고 다음날 방문했어요. 예전엔 PC로만 예약이 가능했었는데 요즘에는 모바일로도 예약이 되더라고요. 주차비용(소형기준 3000원)이 따로 있으나 후불이예요. 입장할 때 예약여부를 확인하고 관람료(성인기준 1000원)를 내고 입장했습니다. 입장할 때 뒤따라오신 노부부가 계셨는데 예약 안 했는데 입장 가능하냐며 문의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루 입장인원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분들은 입장하셨고요. 역시 평일에는 한가한 것 같아요.
입장하자마자 지도부터 살펴보고 이동했습니다. 그 규모가 커서 모두 다 살펴보겠다라는 다짐은 욕심일 뿐입니다. 그저 발길 가는 데로 수많은 나무들과 풀, 꽃들을 보며 사진을 찍고 이쁘다 감탄하면 됩니다. 그중에 아는 꽃이나 나무가 나오면 반가워 하면 되고요. 살짝은 더운 날씨였지만 그늘이 많고, 중간에 벤치가 많이 쉽게 쉬어갈 수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나무냄새, 풀냄새와 함께 그 시원함도 즐기고요.
'국립수목원'은 그 명성에 걸맞게 규모도 매우 크고, 수목에 관한 역사를 알려주는 전시관도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마침 세계식물세밀화전시회가 하고 있어서 여러 정성들여 완성한 작품들을 한참 감상했습니다. 식물세밀화는 회화의 한 장르로서 식물의 종류와 모습을 뿌리와 잎, 꽃을 세세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그림입니다. 식물연구의 기초 토대가 되는 유용한 자료로 기능한다고 하지만 그 자체로도 매우 훌룡한 예술작품이었습니다.
열대식물전용 온실과 온대식물 전용 온실도 각각 운영되고 있어 볼재미가 풍부합니다. 특히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는 입장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입장시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온도에 민감한 식물들이 많아서 우리나라처럼 4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입장이 자유로울 경우 식물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놓고 해설사님의 인솔하에 관람할 수 있게 제한해놓았다고 합니다. 저와 남편은 따로 시간을 체크하지 않았었는데 운이 좋게 관람할 수 있었고, 신기한 식물들이 많아 구경하다가 해설사님을 놓치기도 했었어요.
이번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했기 때문에 준비했던 것은 그저 생수 한병에 편의점 김밥 한줄이었어요. 중간에 목마르면 마시고, 배고프면 간식으로 먹자고 준비한 것이었죠. 수목원 내에 식당은 없습니다. 조그마한 매점이 있는데 편의점 수준으로 음료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다른 상업적인 시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기념품샵도 없더라고요. 다녀와서 생각해보니 더 오롯이 즐길수 있었는데 그리 하지 못해 아쉽더라고요. 다음에 올 때는 적어도 3가지는 꼭 준비하자고 마음먹었어요.
1. 백팩
오래 걸어야 해서 크로스백보다는 백팩이 몸에 무리가 안가고 손이 자유로워서 사진 찍기도 간편합니다. 물 한병도 장시간이면 크로스백도 힘들더라고요. 백팩에 간식과 가벼운 점심을 싸가서 나무그늘 아래서 즐기면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2. 돗자리
작은 것이라도 하나 준비해서 가면 좋은 나무그늘에서 쉴 수 있습니다. 물론 중간에 벤치가 많아 앉을 곳은 많지만 넓은만큼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벤치에 벌레와 먼지가 좀 많거든요. 매번 털고 앉기도 어려우니 돗자리 만큼은 준비해서 벤치에서도 이용하고 평지에서도 이용하면 편리하겠다 싶었어요. 게다가 도시락을 싸와서 돗자리를 펴놓고 즐기는 숲속이나 다름없는 여유로운 곳에서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3. 삼각대
풍경이 좋은 곳이 너무 많습니다. 다른 관광지는 다른 사람 피해 사진 찍기 어려운데 반해 여기는 사람들도 적어서 사진찍기가 너무 좋습니다. 이번에 미러리스 카메라와 셀카봉은 준비 했었는데 삼각대가 없어서 저와 남편은 서로 찍어주기에 바빴었죠. 삼각대가 있었으면 좋은 구도의 투샷을 찍기 좋았을 텐데 아쉬워 하면서요. 다음에는 꼭 짐이 되더라도 삼각대를 가져와야겠어요.
계절이 바뀌는 가을에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어요. 이번에는 앞에서 언급한 3가지 물건을 꼭 챙겨갈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