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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형적인 블록버스터의 무거운 메세지 '쥬라기월드 - 폴른킹덤'

'쥬라기공원'이 개봉한 지 벌써 25년이 지났습니다.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사촌언니 손에 이끌려 극장을 갔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공룡의 생생함과 스펙타클한 영상,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작가의 상상력은 어린 나이임에도 충분히 놀랄만한 것들이었죠. 말로 형용할 수 없었던 경이로움은 제 인생의 영화를 대하는 자세를 만드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배우가 아닌 감독의 존재를 알게 되고, 배경음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하나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해준 영화였다고나 할까요.


초등학생때 보았던 '쥬라기공원'은 세월이 지나 시리즈를 거듭하다 더이상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었는지 예전에 이런 놀라운 영화가 있었지라며 언급되었을 뿐 큰 이슈가 되지 못하다가 제작년에 '쥬라기월드'라는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왔습니다. 저와 같은 세대는 '쥬라기공원'의 추억을 가지고, 지금의 세대는 '공룡'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에 호기심을 갖고 관람한 관객들에게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었던 모양이입니다. 사실 SF블록버스터 영화의 공식에 충실했던 영화였던지라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초반 제시되었던 떡밥이 너무 앞으로의 진행되는 이야기를 예상가능케 했던 점이 아쉬웠고, 관람 후 금새 잊혀질 정도로 평범한 영화였었어요.



사실 '쥬라기월드-폴른킹덤'의 개봉 후 하루만에 100만명을 동원했다는 떠들썩한 마케팅은 오히려 저에게 영화를 보려는 생각을 접게 했습니다. 12세 관람가 영화등급은 주말에 보러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고요. 그러다가 평일에 영화는 보고싶었고 딱히 볼 영화가 없어서 선택했던 영화였는데, 전편보다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봐서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오락성을 넘어서 진지하고 무거웠습니다. 그 주제를 전달하는 수단이 공룡이라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가상의 생명체입니다. 



영화는 멸종위기의 공룡을 구하려는 주인공들과 그 공룡을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려는 악당들과의 갈등의 과정을 중간중간에 예측불가능한 공룡을 등장시키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악당에게 너무도 쉽게 이용당하는 주인공들과 뻔뻔하게도 그 상황을 이용하는 악당들은 쉽게 볼 수 있는 진부한 클리셰였지만 그 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해주는 존재는 '메이지'라는 소녀입니다. 아직은 어려서 앞으로의 일을 예상할 수 없는,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가지면서,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가족을 방금 잃은 불안한 정서의 소녀가 한 행동은 누구도 비난하거나 칭찬할 수 없는 것이지만 미래에 너무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지요.


현대 사회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회문제가 심각해지는 과정을 이 영화에서 공룡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은 아이디어를 과학이라는 수단을 통해 현실화시키나 그 이후에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 예측불가능한 결과를 낳고, 그에 따른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거나 수용하는 과정에서 분열하고 갈등하게 되지요. 게다가 네트워크 사회는 그 현상을 빠르게 증폭시키죠. 너무 반복되는 패턴이라 익숙해질만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을만도 하지만 그에 비해 과학의 발전은 사람의 사고를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 이제는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고 살아야 하죠. 현대인의 숙명같기도 합니다. 


개봉과 함께 흥행에 성공했다는 설레발이 무색하게 벌써 관심이 시들해지는 모양이고, 평들이 다들 제각각인것 보니 아주 뛰어난 작품은 아닌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쥬라기월드-폴른킹덤'의 등급부여에 따른 편집 구설수나 영화보러 갔더니 아이들이 공룡을 뒤에서 알려주더라는 어른들의 피셜 등은 생각보다 많은 이슈를 가진 영화이며, 관객이 많았던 증거인 것 같습니다.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았으며 예상 외의 고민을 던져준 영화였다고 저는 정리하고 싶네요. 큰 기대 않고 즐길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