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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끝없는 고통, 이라크 전쟁의 시작, 영화 '그린존'

어제 밤에 오랜만에 티비를 틀고 채널을 돌리다보니 영화채널에서 '그린존'이라는 영화가 방금 시작했더라고요. 앞에 인트로는 조금 놓쳤지만 멧 데이먼을 믿고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저도 모르게 너무 빠져들어서 집중하고 봤습니다. 다큐를 방불케 하는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 사실적이고 숨을 죽이게 하는 전쟁 추격씬을 보여준 이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전쟁을 배경으로 음모와 작전이 난무하는 가운데 액션이 가미되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보면서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2010년에 개봉한 '그린존'이라는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 출처 : 다음영화 >

 

이라크는 사담 후세인(바트당)이 정권을 잡고 이란과 전쟁을 치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니파세력을 내세운 후세인 정권이 이라크의 내부 시아파를 탄압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이 국제문제화됩니다. 사담 후세인이 시아파를 탄압한 이유는 이란이 시아파의 나라였기 때문이죠. 

 

< 시아파 벨트 - 출처 : 시사인 >

 

이란-이라크 전쟁이 종전된 후에도 사담 후세인은 시아파를 무도하게 탄압하면서 독재정권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한 후 혼란에 빠진 미국정부는 여론의 호전적인 분위기에 편승하여 이라크를 침략하려는 결정을 내립니다. 명분은 사담후세인이 '대량학살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 이라크 국민이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으니 이라크 민중을 해방시키려는 목적으로 내세웠습니다. 바로, 작전명 '이라크 자유작전' 이었죠. 미국조차도 득보다는 실이 더 컸던 그 이라크 전쟁의 시작입니다.

 

< 출처 : 서울신문 >

 

부시가 한달 만에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종전선언 하지만, 이어진 이라크 내전으로 오바마 정권 때까지 미군은 철수하지 못합니다. 부시의 종전 선언 후에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밝혀집니. 미국과 영국, 호주 정보기관이 중심이 된 이라크사찰단(Irag Survey Group)은 이라크 전역을 샅샅이 뒤졌으나, 끝내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했으며, 이들은 1년이 넘는 활동 끝에 2004년 10월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1,000페이지 분량의 최종보고서에서 "지난해 미국의 침공 때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결국 후세인을 쫓아내려고 했던 거짓정보를 제공한 이라크 망명자들의 말만 믿고 다른 정보를 무시한 미국 부시 정부의 잘못된 결정으로 일어난 전쟁이었던 것이죠.

 

< 출처 - 국민일보 >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의 배경은 바로 이라크 전쟁입니다. 미국의 군인인 '로이 밀러(멧 데이먼)'가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게 된 이유인 '대량학살무기'의 존재를 추적하고 증명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렸습니다. 영화는 과연 미국이 전쟁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여부를 궁금하게 만들면서 전쟁 중의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이라크에 거주하는 이라크 국민들이 직면한 고통이 무엇인지를 여러 장면을 통해 자꾸 보여줍니다.

 


그린존 내부의 외부인들은 수영장에서 와인과 피자를 즐기지만 그린존 외부인 원래 이라크 국민들의 공간은 치안은 유지되지 않고, 길거리에 미군은 제한없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은 물이 부족하여 신경이 날카롭고 그 어려움을 미군에 호소하지만 미군은 가차없이 탄압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아이들은 해맑게 뛰어다니죠. 이 극명한 대비로 감독은 참 미국스러운 오만함을 표현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감독은 그 유명한 본시리즈를 만든 '폴 그린그래스'이고 '멧 데이먼'과 완벽한 궁합으로 또 하나의 묵직한 영화를 만든 사람이더군요.

 

 

이런 장면을 보면서 저는 우리나라에서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면 우리도 그리되겠구나 라는 생각에 그저 영화로서만 즐길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 남일같지가 않았습니다. 미국입장에서 중국이 없었다면 한국에 대한 관심은 이라크정도도 못 미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쉽게 전쟁을 생각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한번 해봤는 데 한번 더 못하겠어요?  

 

요즘 급박하게 돌아가는 외교사정을 보면서 정말 북미대화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습니다. 이런 평화적 해결이란 것이 미국의 그것도 트럼프 손에 달렸다는 것도 참 안타깝고요. 영화 속에서 이라크 국민이 '우리 나라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미국은 간섭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 외침이 참 공허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