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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대사나 자막 없이도 감상 가능한 픽사 애니메이션 단편 Best 5

며칠 전 인크레더블2를 관람하러 갔을 때 본 작품만큼이나 기다렸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프닝 단편 애니메이션이죠. 최근 픽사 스튜디오는 문화적 다양성을 폭넓게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춘 작품을 여럿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 취지에 따른 동아시아계 가족 정서를 주제로 한 'Bao'라는 작품이 방영되었죠. 자식을 다 키워 독립시킨 노년의 어머니가 겪는 '빈둥지증후군'을 픽사만의 만화적상상력으로 감동스럽게 표현했는데요, 나중에 찾아보니 북미권에서는 어머니의 극단적인 선택을 표현한 장면을 두고 예전 작품들과는 달리 꽤나 큰 논란꺼리가 되었던 모양이더라고요. 



그 논쟁에 대해 찾아보다가 지난 픽사 단편들이 생각나서 극히 개인적인 기준에 따라 베스트 5를 정리해봤습니다. 이왕이면 자막 없이도 감상 할 수 있는 작품들만 골라서요. 다섯 작품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이 개성 넘치고 독창성이 작품들이예요. 그래서 출시연도 순으로 나열했습니다.



  리프티드, Lifted. (2006)  : 라따뚜이 오프닝

감독 : 게리 라이스트롬



평화로운 밤에 UFO가 나타납니다. 외계인은 잠에 깊이 빠져있는 인간을 납치하기 위해 원격조종을 해보지만 실수 연발이지요. 상황을 보니 모종의 면허시험중인 것 같은데요, 냉철한 감독관과 연습이 부족한 수험생의 관계를 절묘하고 기발하게 표현합니다. 




영화관에서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저에게는 처음으로 픽사 단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추억의 작품이지요. 마지막 장면까지 긴장을 놓치면 안되는 반전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번이, BURN - E. (2008) : 월 - E(WALL - E)의 정식 DVD & 블루레이 판의 특별영상, 월e 번외편

감독 :  앤거스 맥클레인



영화 월E를 보다보면 월E가 이브를 되찾기 위해 울트라 액션 로맨스 어드벤쳐를 벌이고 있을 때 어느 한 장면에서 작업 중인 로봇이 등장합니다. 그 로봇의 속사정을 그린 작품이지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우주선 밖에서 성실히 작업을 하지만 월E나 이브의 의도치 않은 행동의 결과로 자꾸 임무에 방해를 받는 서글픈 노동자로봇의 일상을 짠하지만 기발하고 귀엽게 그리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Burn e 로봇은 용접전공로봇입니다만 발음상 버니로 발음되어 이름도 귀여운데 행동조차도 귀엽죠. 감독의 의도가 드러나는 센스있는 작명이예요.




  구름 조금, Partly Cloudy. (2009) : 업(Up) 오프닝

감독 : 피터 손



황새들이 아기를 물어다 준다는 만화 '덤보'의 아이디어를 가져와 만든 작품입니다. 여기서 구름이 아기는 물론 강아지나 아기고양이 등 여러 생명체의 아기들을 만들고 황새가 배달합니다. 물론 귀엽고 앙증맞지만 사나운 이빨을 가진 악어나 상어의 아기들도 만들죠. 이렇게 독특한 아기들을 전문으로 만드는 구름과 그런 아기들을 물어다 옮기는 극한 직업를 가진 황새의 진한 동료애를 그린 작품이예요.



아이디어도 기발하지만 픽사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유난히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감독은 한국 교포 2세인 피터 손이라는 분인데요, 그분의 어린시절 모습이 본편 영화 업(UP)의 주인공 칼 할아버지의 귀여운 친구 러셀의 모델이었다고 합니다. 




   라 루나, La Luna. (2012) : 메리다와 마법의 숲(Brave) 오프닝

감독 : 엔리코 카사로사



별 조각을 청소하는 가족을 보여주는 작품이예요. 할아버지와 아버지로 보이는 어른들의 코치를 받으며 첫 출근한 소년이 그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어요. 한편으로는 어린왕자를 연상하게 합니다. 



아날로그 느낌의 작화가 보는 내내 따뜻한 느낌을 주고, 배경 음악이며 등장인물들의 외형이 라틴계의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짧지만 강렬하게 경험을 통해서 자아를 찾아가는 소년의 모습이 경이롭고 멋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격한 공감을 받았어요. 



  파이퍼, Piper. (2016) : 도리를 찾아서(Finding Dory) 오프닝

감독 : 앨런 바릴라로



본편 도리를 찾아서의 오프닝과 잘 어울리는 단편으로, 도리를 찾아서가 바닷속 이야기를 그린 것과는 반대로 바다 밖의  해변가 새 가족의 이야기를 너무나 섬세하고 사실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파도가 무서운 아기새의 파도를 극복하고 좋은 친구도 사귄다는 내용인데, 가족애와 성장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조금은 평범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점에 오른 픽사의 놀라운 기술력을 통해 실사에 가깝게 표현한 물에 젖은 깃털, 파도의 거품, 물의 투명함 등은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하죠. 또한 아기새가 겪는 성장통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것도 특별하게 만들어 내는 픽사만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이 단편 때문에라도 영화관 가서 도리를 찾아서를 봤어야만 했어요. 도리를 찾아서를 직관하지 않았던 저는 이 단편을 고화질의 스크린에서 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최근 작품이라 그런지 아직 유튜브에서도 고화질로는 찾기 힘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