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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해원맥 주지훈의 재발견, '신과 함께: 인과 연'

  <신과 함께 - 죄와 벌>의 흥행에 힘입은 <신과 함께 - 인과 연>의 스크린독점

사실 1편이었던 '신과 함께 - 죄와 벌'은 그 놀라운 흥행만큼이나 비판도 많이 받았던 영화입니다. 신파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전문가나 리뷰어들이 혹평을 내렸었죠.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천만관객를 모으려면 역시 신파밖에 답이 없는 건가라며 그 영화를 선택한 대중들을 평가절하했습니다. 하지만 1편을 본 많은 관객들은 자홍의 희생적인 삶에 공감했으며, 수홍의 억울한 죽음에 슬퍼했습니다. 개인적 취향으로 신파를 별로 선호하지 않았던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신파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신파를 내세우려면 이렇게 활용해야 한다고 깨달았습니다. 물론 아쉬웠던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기대없이 본 영화 치고는 참 재미있게 봤었지요.


 

개봉일 : 2018. 08 .01

장르 : 드라마 / 판타지

상영시간 및 등급 : 141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 김용화 

주연 :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마동석, 김동욱

 



'신과 함께 - 인과 연' 또한 개봉 전에는 굳이 봐야 할까 싶었지만 막상 개봉한 직후 주말에 영화관의 스케쥴표를 살펴보다가 관람을 결정했습니다. 이미 알려진대로 특이하게도 '신과 함께' 영화 제작은 1편과 2편을 동시에 제작하고 있었다 하고, 그 제작비의 손익분기점은 관객수 1200만이었으며, 1편 관객수가 1400만을 넘었으니 2편의 제작은 관객이 한명도 없어도 손해가 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감독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극장에 갔더랬습니다. 한편으로는 높은 스크린 독점으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고요.


  해원맥과 덕춘의 이승에서의 인연

1편에서 원귀였던 수홍(김동욱)이 귀인명패를 받아 그 억울한 죽음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염라(이정재)는 허춘삼 할아버지를 저승으로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이에 강림(하정우)과 수홍(김동욱)은 저승에 남아 재판을 받고, 해원맥(주지훈)과 덕춘(김향기)은 이승으로 가서 허춘삼을 저승으로 데려오려 하지만 허춘삼과 동현을 보호하고 있는 성주신(마동석)의 저지를 받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타협을 한 성주신으로부터 전생의 기억이 없는 해원맥과 덕춘은 저승으로 오기 전 전생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죠. 


'신과 함께 - 인과 연'은 1편에 비해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두었습니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는 전개는 그 자체로는 꽤나 흥미진진합니다. 1편에서 살짝 흘렸던 덕춘과 해원맥의 이승에서의 관계를 잘 설명해줍니다. 덕춘과 해원맥의 이야기는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와 활용했다고 들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 자체는 매우 재미있습니다. 



덕춘(김향기)은 이승에서도 착하고, 성실하며, 자애롭습니다. 이승과 저승에서의 캐릭터가 일치하죠. 또한 영화 후반부에 해원맥과의 관계가 다 밝혀졌을 때 그 복잡 미묘한 심경을 너무도 잘 드러내며 관객을 감동시킵니다. 반면, 1편에서는 너무 가벼운 캐릭터였던 해원맥(주지훈)의 이승에서의 삶(하얀 삵)은 매우 매력적이고 멋집니다. 1편에서 수홍(김동욱)의 연기가 돋보였다면, 2편에서는 해원맥(주지훈)의 진중한 연기가 이 영화를 한층 고급지게 만듭니다. 이승에서의 진지하고 멋있는 하얀 삵 캐릭터에도 잘 어울리고, 현재 차사 해원맥의 가벼운 캐릭터와는 매우 판이한 모습에 같은 배우가 연기한 것인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TMI : 삭이 아니라 삵, 사ㄹㄹㄹ악!)



  강림의 이야기만 궁금한 수홍과 개그로 승화된 성주신의 행태

하지만 저승에서의 수홍의 재판은 긴장감이 없이 진행됩니다. 수홍은 자신이 왜 억울하게 죽은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라 하지만 강림은 그것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들은 이미 1편을 통해서 알고 있죠. 1편을 보지 않았어도, 강림의 회상을 통해 알게됩니다. 게다가 수홍은 자신의 환생에 대해 미련이 없고, 강림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에 너무 비협조적입니다. 하지만 왜 비협조적인지 그리고 1편에서는 그리 가족을 아꼈던 수홍이 2편에서는 가족을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환생에 미련이 없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반면 강림의 과거 이야기에는 집착할 정도로 관심이 많죠. 지옥의 관문을 하나하나 지나갈 때마다 수홍은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된건데?'라고 강림에게 묻습니다.  즉, 수홍은 강림의 이야기를 듣는 청자의 역할에만 충실한 셈이었던 것이죠. 1편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감동시켰던 수홍(김동욱)을 이런식으로 소비한 점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성주신(마동석) 또한 덕춘과 해원맥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성주신이 허춘삼과 동현을 보호하게되는 동기인 비극적인 상황 즉, 철거민의 소재를 개그로 가볍게 승화시켜 관객들은 그 포인트에서 즐거워합니다. 사실 성주신이 철거 보상금으로 펀드투자를 하고 손해를 보자 사채를 끌어들여서 사태를 악화시켰기 때문에 허춘삼과 동현을 보호한 것을 영화에서는 좋은 의도로 포장하고 미화합니다만 그걸 보는 저는 쉽게 웃을 수 만은 없겠더라고요.


  역시나 예상되는 천만관객

무거운 사회문제와 범죄를 가볍게 다룬 것(주식만 오르면 해결되는 허춘삼 가족의 문제)과 패륜에 가까운 살인을 저지른 자의 심판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저승의 불공정한 설정(이 부분도 할 말은 많지만 스포일러라 생략함)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개연성이 부족한 여러 영화적 장치의 등장과 1편에서의 저승세계관과 일관되지 않은 저승의 재판도 설명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여러 단점에 실망했지만 그리고 영화 중간에 지루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제가 한여름에 이 영화를 본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2시간 넘는 상영시간 내내 영화관의 에어컨은 시원했고, 주지훈의 액션과 연기는 멋있었으며, 감동적인 김향기의 연기 또한 훌룡했습니다. 이정재의 염라대왕 역할은 맞춤옷을 입은 듯 한 몸 같았으며, 목소리는 여전히 멋있었죠. 감독이 '덱스터 스튜디오'라는 VFX(시각적 특수효과)전문 제작사의 대표이사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볼꺼리 많았던 영화의 특수효과와 CGI 또한 정석에 가까웠으니 눈은 즐거웠습니다. 


역시나 8월 5일 기준으로 이미 700만이 관람했습니다. '공작'외에 경쟁할 만한 영화가 없으니, 이번 주말이 지나면 천만을 돌파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난 후 며칠 동안 곱씹어 씁쓸한 이유는 제가 너무 기대를 했기 때문이었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