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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신들린 연기를 하는 다른 배우들에 대비되는 류준열의 차분함, 영화 '독전'

영화를 좋아하는 남편이 짧지 않았던 해외파견기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찾은 곳은 바로 극장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영화를 즐기긴 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아쉬워했었거든요. 10시간만에 '쥬라기공원'이 백만을 넘어서 그 대대적인 마케팅의 여세와 압도적인 스크린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저와 남편은 그 소란스러움을 뒤로하고 한국적으로 진지한 영화를 오롯이 즐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는 바로 '독전' 이었습니다.



입국하기 전 부터 입소문이 좋다고 풍문은 들었으나 사실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시놉시스도 확인하지 않고 그저 시간이 맞고 분위기가 좋아서 보기로 했어요. 그저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죠. 사실 故 '김주혁' 배우의 유작이라 더 유명해진 것 같더라고요. 



영화는 초반부터 미스터리한 '이선생' 찾기를 목적으로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마약반 팀장 원호(조진웅)는 어떠한 계기로 기필코 마약조직의 헤드 '이선생'을 잡아야 하고, 그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게 되는데, 그 앞에 나타난 서영락(류준열)이 그를 돕게 됩니다.



영화 '독전'은 진하림(김주혁)을 통해 '이선생'을 끌어내려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여러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의 향연을 그대로 관객에게 대접합니다. 극중에서 마약을 흡입하고 흥분된 상태를 연기하는 김주혁과 진서연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 마약에 중독된 순간을 몰입하게 만듭니다. 또한 연호가 어쩔 수 없이 마약을 흡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심경의 복잡함과 함께 그 이후의 혼란스러움을 보여주는 조진웅의 연기는 스크린에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도록 그 긴장감을 유지시킵니다. 중반을 넘어서부터 등장하는 차승원도 그 한몫을 제대로 담당합니다. 주연급이 아닌 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도 그에 못지 않고요.



반면, 류준열의 연기는 영화 내내 참 차분합니다. 기가 세고 내뿜어 내는 연기력을 발휘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그 특유의 캐릭터를 만들어냅니다. 영화 전체를 봤을 때 그러한 캐릭터는 잘 어울리는 것 같으나 사실 스토리상으로는 앞의 내용을 예상하게 해서 살짝 김이 빠지게 되는, 필연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어느 장면은 '미션임파서블'의 한 장면이 연상되고, 어떤 장면은 '유주얼서스펙트'를 기억나게 합니다. 영화 초반에 내용이 예상되고 그 예상된 내용을 따라가기 때문에 기대했던 반전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독전'은 보는 내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깔끔한 연출로 재미를 줍니다. 


2시간의 상영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고, 한국영화의 형사와 마약조직을 다루는 전형적이고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다양한 액션 느와물의 변주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은 이리 많으니 감독의 역량에 따라 과하지 않은 연출만 받쳐준다면 볼거리가 많은 장르이니까요.